정효공주를 만나다
문왕의 치세
정효공주를 만나다 문왕의 넷째 딸 정효공주는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지만 남편과 딸을 잃고 슬픈 나날을 보냈다. 그러던 중 792년 여름 36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. 공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벽화 속 인물들을 통해 공주의 생활을 상상해보자. 공주는 궁궐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성격이 유순했다. 용모는 보기 드물게 뛰어나 옥(玉)같은 나무에 핀 꽃처럼 아름다웠고, 품성은 비할 데 없이 정결하고 온화했다. 공주는 일찍이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아 스승과 같아지려고 노력했고, 한(漢)나라 반소라는 인물을 그리워하며 시와 글을 좋아하고 예와 음악을 즐겼다. 결혼한 뒤 부부 사이는 거문고와 큰 거문고처럼 잘 어울렸고, 창포와 난초처럼 향기로웠다. 그 모습이 마치 한 쌍의 봉황이 노래하는 듯 했고, 한 쌍의 난조새가 춤추는 듯 했다. 그러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어린 딸마저 일찍 죽자 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수심을 머금고 지냈다. 이번에는 공주의 외출 장면을 한번 그려보자. 고대광실(高臺廣室: 규모가 굉장히 크고 잘 지은 집) 저택 문을 무사가 지키고 있다. 그리고 보초가 철퇴와 검을 들고 집을 지키고, 시종들은 공주를 둘러싸고 시중을 든다. 공주 주변에서는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여 공주를 즐겁게 해 주고 있다. 궁궐마당의 여러 나무들은 어느덧 예쁜 꽃을 피워 주변이 아름답다. 공주는 예쁜 꽃을 감상하려고 목이 둥근 단령포라는 옷을 입고서, 얼굴에 연지 곤지 찍고 머리도 곱게 빗어 딴 뒤 마당으로 나온다. 그러자 딸린 시종들이 우산[일산]을 받쳐 들어 햇빛을 가려준다. 참으로 어여쁜 공주의 모습이다.